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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야지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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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之半(야지반) / 黃眞伊(황진이)


截取冬之夜半强 (절취동지야반강)
春風被裏屈幡藏 (춘풍피리굴번장)
有燈無月郞來夕 (유등무월랑래석)
曲曲鋪舒寸寸長 (곡곡포서촌촌장)


동짓달 기나긴 밤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접었다가

달 없는 밤 고은 님 불 밝혀 오실 때에
차곡차곡 꺼내어 굽이 굽이 길게 펼치리라.


홀로 지새는 겨울 밤, 화담 서경덕을 그리는 황진이는 막막한 외로움에 잠을 못 이룬다. 지난여름 황진이는 한밤중에 비에 젖은 몸으로 서경덕의 방으로 찾아가 사랑을 고백하고 노골적으로 그를 유혹하였으나 도학자 서경덕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기생이라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못하니 독수공방은 스스로 선택한 필연이리라.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황진이는 결국 서경덕을 유혹하는데 실패하고 그의 제자가 되어 사제 간으로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는데 만족해야 했단다. 이를 기리어 후세 사람들이 황진이, 서경덕 그리고 박연폭포 이 셋을 松都三絶이라 부르며 칭송한다. 원래의 시조를 한시로 바꾼 것이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달의 밤은 길고도 시리다.
오늘은 동짓달의 차가운 밤처럼 얼어붙은 마음으로
그리운 님을 기다리는 절절함이 담긴 황진이의 시를 소개한다.

시적화자는 긴긴 겨울밤을 홀로 보내면서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할 그 시간을 간절히 기다린다.

동짓달의 차갑고 깜깜한 밤은 화담 서경덕을 기다리는 간절함의 상징이고
따뜻한 이불은 미래에 다가올 서화담과의 행복한 밤을 대변하는 희망어이다.

지금은 비록 동짓달의 막막한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잘라 간직해 두었다
님과 함께 할 봄밤이 되면 길이길이 이어 붙이겠다는 소망을 담은 사랑시이다.

한 남자를 기다리는 시적화자의 애틋한 그리움이
동짓달 밤과 따뜻한 봄이불을 대비시키면서 잘 드러낸 아름다운 시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립다”는 류시화 시인의 시처럼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늘 그리움으로 통하는가 보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마음은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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