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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판부가 위헌적이라고? 오히려 헌법 이념 더 충실히 반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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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의 실무책임자 격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이 사건의 ‘윗선’을 단죄하고 진실규명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임 전 차장 측은 검찰 수사와 구속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정치적 결과물’이라 맹비난하며, 수사에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갑자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할 가능성도, 나머지 영장판사들이 향후 검찰이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내어줄 가능성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기사:임종헌 구속 이후, ‘사법농단’ 수사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들 ) 

때문에 국회에 표류 중인 특별재판부법 역시 여전히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법안 처리에 합의했으나, 바른미래당 내에서 이를 반대하는 의원이 일부 있는 데다 자유한국당은 전면 반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표결로 특별재판부법이 통과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특별재판부 도입에 비판적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국내 헌법 분야 석학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특별재판부법은 오히려 헌법 이념을 더 충실히 반영한 법안”이라며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수구 진영의 반대 논리를 일축했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김철수 기자

자유한국당과 수구 진영의 반대 논리는 ‘특별재판부는 위헌적’이라는 것이다. 국회가 나서서 특별재판부 판사를 지명하기 때문에 ‘삼권분립’을 훼손하며, 구체적으로는 판사를 특정해 다른 피고인들과 다른 절차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한 조항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도 있다.  

한 교수는 “재판부 배당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건 당사자로부터 독립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법관을 선택해 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법원 내부에 이 사건에 연루된 재판관이 너무도 많고, 기계적 배당으로 걸러내지 못 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건 당사자로부터 자유로운 법관을 고르기 위한 법이라는 점에서 이번 특별재판부법은 재판의 본질, 사법의 본질에 가장 근접해 있고, 헌법 이념에 더 충실한 법이라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차별이라서 위헌이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사법체계에서는 기계적 배당과 동시에 재판관에 대한 기피·회피제도 같은 것을 마련하고 있다”며 “그런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계적 배당이 사법의 철칙이 아니라는 걸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기계적 배당’을 제외하는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는 기존의 사법체계에 비춰보더라도 특별재판부법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기계적·형식적으로 보기에는 차별일지 몰라도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기 때문에 특별재판부법은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별재판부법에 규정된 국민참여재판 강제 조항이 헌법 제26조 1항이 규정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헌법에서 ‘법률이 정한 법관’이라는 건 당사자가 원하는 법관이 아니라 ‘중립적·객관적 법관’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앞서 말했듯 특별재판부법은 보다 중립적·객관적인 법관을 선택하는 방식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놓고 본다면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더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안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이라고 해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 ‘그 나물에 그 밥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기존의 ‘법관’을 제외한 변호사 등 법조인들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기도 했다”면서 “이 경우 불필요한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을 피해서 특별재판부법을 만든 것이고, 이 법에 따라 구성되는 재판부라 하더라도 사법농단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보완해 기존 법관에 대한 편견을 완충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법관’으로 재판부를 구성해 위헌 요소를 제거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일말의 ‘셀프 재판’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방법이 국민참여재판 강제 조항이라는 이야기다.

한 교수는 “만약 기존 법관이 아닌 사람으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한다고 했다면 입법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반대에 부딪혔을 수도 있다”며 “원칙적으로 법원 바깥에서 구성하는 게 옳지만 실질론적·입법정책론적 관점에서 보면 좀 더 입법이 용이한 법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나마 여야 4당이라도 합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특별재판부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특별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게 될 피고인들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해 이 법안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위헌 심판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사법독립의 회복이나 그것을 위한 진실규명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헌재가 위헌 심판 절차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별재판부법은 기존 법관들 중에서 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했고, 기존 형사 절차를 다 따르고 있기 때문에 헌재 재판관들이 이 법을 특별히 위헌이라고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법원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는 것도 중요 
법관탄핵·국정조사 반드시 필요하다“
 

한 교수는 검찰 수사로 사법농단 사건의 실체를 온전히 규명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회가 특별재판부법을 처리하는 일에만 매달려선 안 되며, 이와 별개로 국정조사와 법관 탄핵 절차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김철수 기자

그는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행위가 범죄냐 아니냐를 떠나 법원 내부 권력구조에 의해 사법독립이 침탈당했다는 것”이라며 “국회가 국정조사의 방법으로 진실규명을 하고, 이를 통해 법관 탄핵으로 이어지는 것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법관들이 권력의 입맛에 맞게 판결문을 만들어 주고, 양승태가 원한다고 해서 동료 법관을 사찰하고 보고서를 썼다”며 “도대체 왜 우리 법원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고, 그 사람들이 뭐 때문에 그런 짓을 했는지를 밝혀 구조적 모순을 규명해 국민이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은 국정조사 말고 없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사건 발생 초기부터 국회 주도로 국정조사와 법관 탄핵 절차가 진행되지 못한 것을 두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 교수는 “검찰 수사라는 것이 본래 어떤 사건의 구조적 모순을 밝혀내기보다는 처벌을 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사로 사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어느 한 두 사람을 처단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법권력 전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있어야 하는데, 그 단초를 열지 못한다는 게 사법개혁을 바라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사건에 연루된 현직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가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은 많은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연임 심사든 뭐든 자기가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사표를 낼 것”이라며 “사표를 내버리면 탄핵 심판대에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국회가 사법농단 국정조사권 발동과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서두르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1347087.html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