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보기/새로운뉴스

세월호 침몰 원인 ‘안갯속’, 증거물 소홀히 다루는 해양수산부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8100.html?_fr=mt2#csidxca4605c2e590c408d4e16266bbd6226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원인 ‘안갯속’, 증거물 소홀히 다루는 해양수산부



정부, 참사 초기부터 진실 규명 소극적
램프·스태빌라이저·앵커 등 세월호 참사 의혹 증거물 절단
“진상규명 강조하면, 미수습자 수습 어려워지는 것처럼 프레임 설정”
법원, 검찰 수사와 다른 판단…인양된 세월호 중요한 증거물
세월호 목포신항 도착한 뒤 선체조사로 갈등 우려
왼쪽으로 누운 세월호가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 인근에 있는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 위에 있다. 침몰 1075일 만에 세월호가 전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뱃머리 왼쪽엔 금이 두 개 크게 가 있고 바닥엔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 색이 바래고 얼룩이 가득하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안에 있는 물을 빼고 기름 제거 작업을 마친 뒤 이르면 28일 목포로 배를 옮기게 된다. 해양수산부 제공
왼쪽으로 누운 세월호가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 인근에 있는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 위에 있다. 침몰 1075일 만에 세월호가 전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뱃머리 왼쪽엔 금이 두 개 크게 가 있고 바닥엔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 색이 바래고 얼룩이 가득하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안에 있는 물을 빼고 기름 제거 작업을 마친 뒤 이르면 28일 목포로 배를 옮기게 된다. 해양수산부 제공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인양 과정에서 진상 규명에 필요한 증거물을 소홀히 취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해양수산부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4일 오전 절단된 세월호 선미(배 뒷부분) 왼쪽 램프는 아직 바닷속에 있다. 해수부는 인양 이틀째인 지난 23일 램프가 열려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밤새도록 절단 작업을 진행했다. 1년6개월 넘게 잠수사들이 세월호 곳곳을 조사하며 인양 준비를 하고, 본인양 직전 세월호를 1~2m 들어 올리는 시험인양까지 했는데 램프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인양 준비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램프는 자동차·화물 등이 드나드는 통로에 달린 출입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램프가 열린 상태로는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 거치가 불가능해 불가피하게 절단했다”며 “바다에 있는 램프는 조만간 인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가 큰 고민 없이 램프를 잘라낸 건 이 구조물을 세월호 침몰에 중요한 증거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25일 기자브리핑에서 “검경 자료를 보면, 램프가 세월호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많이 의존하고 있는 2014년 10월 검찰의 세월호 수사 결과는 이미 법원이나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상태다.

대법원은 2015년 11월 검찰이 세월호 조타수 2명에게 적용한 업무상 과실 혐의에 대해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고 조타수가 큰 각도로 변침한 것이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이라고 볼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셈이다. 세월호 침몰의 진상 규명은 수많은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으로, 인양된 세월호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 많다. 정부가 잘라낸 램프만 해도 세월호가 101분 만에 빠르게 침몰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배가 기울어지며 부실하게 닫힌 램프를 통해 물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언들이 잇따라 나왔다. 적어도 의혹이 제기된 증거물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해수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증거물이 절단된 것은 램프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인양 과정에서 배 뒷부분 왼쪽 스태빌라이저(균형 장치)도 제거됐다. 스태빌라이저는 선박의 양 측면에 날개 형태로 설치되어 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다. 세월호가 왼쪽으로 누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구조물로 꼽히고 있다. 2014년 9월 광주지법에선 “배의 양옆에 날개(스태빌라이저)가 있는데 거기에 뭔가가 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한 조타수 조아무개씨의 조서가 공개됐다. 세월호 특조위는 스태빌라이저가 중요한 증거물이라며 절단 방침에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지만, 해수부는 리프팅빔(받침대) 설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절단을 강행했다. 배를 세울 때 쓰는 앵커(닻)도 검증 대상인데, 해수부는 무게 때문에 인양에 방해가 된다며 유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없애버렸다. 일각에선 앵커를 내린 상태에서 속도를 내 고의로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앵커가 잘린 사실도 모른 채 2015년 11월, 수중 촬영 영상을 보다가 알게 됐다고 한다.

김성훈 세월호 특조위 전 조사관은 “램프·스태빌라이저·앵커 등을 선체에서 떼어낸 순간 증거물로서 가치는 사실상 없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해수부가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 조사를 대립시키고 분리하려고 했다”며 “진상규명을 강조하면 미수습자 수습이 어려워지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실제 해수부는 진상규명에는 소극적이었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상임위원회 등에 출석해 “심각하게 진상규명을 (추가로) 해야 한다고 보는 부분은 없다. 정부 진상규명에 대해선 검경 합동수사본부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서 밝혀졌다고 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정부가 특조위 진상조사를 방해하려던 계획이 폭로되기도 했다. 2015년 11월 ‘세월호 특조위가 청와대 관련된 조사를 시작할 경우 특조위 내 여당 추천 위원들이 전원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항의 기자회견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해수부 문건이 공개됐다.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도착하면 선체 조사 문제로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미수습자 수습을 서둘러야 한다며 세월호 선체를 절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흥석 전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은 “선체조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세월호가 목포에 도착한다. 절단을 포함해서 해수부 중심으로 선체 정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실체가 있었던 특조위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해수부가 선체조사위를 얼마나 존중할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8100.html?_fr=mt2#csidx3154b599cc92836aa5569b17643cb8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