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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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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신탁

Blind Trust ]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자기가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법을 집행하지 못하게 막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제도다. 사익과 공식 업무 간 이해가 상충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폐쇄신탁’이라고도 한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 공개 대상인 공직자는 자신과 직계 존비속이 보유 중인 3000만 원 초과 주식을 임명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매각하거나 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탁 금융기관은 60일 이내에 받은 주식을 팔아야 하며 이 때문에 변경된 자산은 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백지신탁제도는 고위 공직자가 어떠한 주식도 보유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아니라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에 한해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하도록 하고 있다.1)

백지신탁제도를 처음 만든 국가는 미국이다. 윤리 정부를 표방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주도로 1978년 공직자의 백지신탁이 의무화됐는데, 석유 재벌 존 D. 록펠러의 손자로 1974년 미국 부통령에 취임한 넬슨 록펠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록펠러는 당시 평가로 1억 1600만 달러에 이르는 주식을 백지신탁하면서 주식을 팔아 어디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오늘날과 같은 방식의 백지신탁제도가 정착된 이유다. 미 법률 전문지인 『리걸 어페어』는 “록펠러 사례를 바탕으로 1978년 백지신탁이 법제화됐다”라고 평가했다.2) 오늘날 미국에선 대통령부터 군 장성까지 주요 공직자는 자신이 보유한 채권과 주식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그 운영을 완전히 일임한다.

한국에 백지신탁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5년 11월이다. 2003년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삼성전자 주식 9,000여 주와 7만 주의 스톡옵션을 보유한 게 실마리가 돼 2004년 총선에서 여야가 함께 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제17대 국회의원 당선 즉시 제가 가진 모든 유가증권 및 부동산을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 임기 내 재산 증식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의정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라고 약속했다.3)

참여연대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2013년까지 이 제도로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한 공직자는 모두 464명에 이른다. 3000만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 2,563명의 18퍼센트에 해당한다. 주식 백지신탁제도는 공직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4)

2013년 3월 18일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됐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주식 백지신탁제도를 이유로 사퇴하자 박근혜 정부는 백지신탁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백지신탁제도에선 민간 부문의 유능한 인재가 공직으로 들어오는 것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에 창업 기업이나 기업 지배권을 보유한 최대 주주인 경우엔 보관신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가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무에 전념하게 하려고 도입했던 제도를 문제가 드러났다고 해서 고치는 것은 입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5)

[네이버 지식백과] 백지신탁 [Blind Trust] (트렌드 지식사전, 2013. 8. 5., 인물과사상사)